무등산 주상 절리 화산 지형으로 형성되다[한국 지리]

주상절리는 우리에게 비교적 친근한 용어가 된 자연이 가져온 기묘한 돌기둥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함을 넘어 경외심을 갖게 한다.

역사의 낙처럼 때로는 면류처럼 이어진 돌기둥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규모도 다양하다.

오랫동안 강한 비바람을 견뎌왔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주상절리는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리 수업 시간에 주상절리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하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지형학 용어 대부분은 일본에서 한 번 걸러진 것이어서 한꺼번에 의미를 추측하기는 쉽지 않다.

감입곡류, 해식애, 용식작용, 하안단구 등의 용어는 지형의 형성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 편이지만 한자어라는 점에 착안해 용어를 음절 단위로 풀어보면 생각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상절리는 기둥의 기둥, 모양, 절절, 다스리는 사람이 합쳐진 용어이다.

이를 조합하면 주상절리라는 말은 기둥 모양으로 갈라진 돌을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연에서는 기둥 모양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기둥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물망치를 이용해 일일이 다듬은 듯한 인상을 주는 주상절리는 재미있는 눈의 요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상절리가 잘 발달한 곳으로는 제주도 울릉도 한탄강 유역의 용암대지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화산 지형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하나 주상절리가 화산 지형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형태를 형상화한 용어이기 때문에 화산과 관련이 없더라도 형태만 갖추고 있으면 주상절리라고 불림에도 불구하고 주상절리가 특히 화산지형에 잘 발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하 기반암이 녹아 형성된 마그마는 지표로 나와 빠르게 식는 반액체 상태의 마그마는 고체가 되는 과정에서 부피가 수축하는 이때 수축면의 중심에서 각 꼭짓점의 거리가 같은 육각형 절리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지표에 노출되어 기둥처럼 떨어져 나가면 비로소 주상절리가 탄생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주상절리의 발달에는 마그마의 급격한 냉각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하에서 섭씨 1000도 정도로 가열된 마그마가 지표 밖으로 분출해야 하며, 결국 주상절리의 발달은 분출암의 대표주자인 화산암과 관련이 깊다.

주상절리의 대부분은 용암이 끈적거리지 않고 멀리 이동할 수 있는 현무암질 용암으로 발달한다.

현무암질 용암이 굳어지면 현무암이 되므로 다시 말해 현무암이 있는 곳에서 주상절리의 관찰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상절리는 현무암을 기반암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화산활동을 통해 분출되는 용암에는 안산암질,

용암은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해안이나 인근 하천에 비교적 쉽게 닿는 용암은 지표 밖으로 분출하는 과정에서도 냉각이 이루어지는데, 이처럼 해안이나 하천을 만나면 더 빨리 냉각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이 물을 만나면 더 이상적인 육각형 주상절리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제주도의 해안폭포나 한탄강 일대의 주상절리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주상절리가 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이 부분에서 지금까지 상식을 깨는 사례를 하나 보는데, 그 예가 바로 무등산이다.

산꼭대기와 주상절리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

그럼에도 불루에서 무등산 정상 부근에는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의 주상 절리가 발달해 있다.

게다가 산정 부근에서 주상절리가 발달한 곳도 무등산이 유일하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주상절리는 주로 지하 마그마가 지표에 노출되어 빠른 냉각과 수축을 통해 만들어지며 주로 현무암질 용암에서 잘 발달한다고 하였다면 무등산 정상에 나타나는 주상절리도 화산암과 관련이 있는지 현무암질 용암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무등산의 주상절리는 약 7천만 년 전에 탄생하였으며, 현무암이 아닌 석영 안산암질로 구성되었다.

이는 제주도나 한탄강의 주상절리가 20만 년 정도의 연륜을 가진 현무암질 용암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주상절리지만 무등산 주상절리는 이들과 연대와 암질에서 차별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무등산 일대에서 나타나는 암석은 중생대 백악기에 생성되었으며, 대부분이 화산암이다.

이 시기 한반도는 일본 열도와 분리되기 이전의 상황이며, 유라시아 판과 태평양 판의 경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현재 한반도의 남부 지방은 화산 활동이 매우 활발하였으며, 그 결과 무등산지의 대부분이 탄생할 수 있다.

용암 분출에 의한 주상 절리의 발달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남는 1,100m나 되는 무등산 정상에 어떻게 주상절리가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하나는 저지대에서 주상절리가 형성된 후 지반의 융기로 인해 고도가 높아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등산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현재의 주상절리를 만든 용암이 정상에 관입된 후 주변보다 풍화를 견디는 능력이 탁월하여 산지로 남았다는 추론이다.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지리시간에 공부한 한반도의 형성 과정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산 정상 주상 절리의 탄생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자.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는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거대한 화산 활동이 일어났고, 그 후 약 4500~8500만 년 전후의 시점에서 지금의 무등산지가 탄생하였다.

당시 무등산 일대는 지표보다 낮은 함몰 지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주변보다 많은 용암이 집적되어 두꺼운 화산층을 형성하고 있다.

중생대 말에 발생한 화산암은 그동안 풍화를 이어온 오늘날 우리에게 화산 지형으로 친숙한 제주도가 약 150만 년 전부터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무등산은 매우 이른 시기에 형성된 화산임을 짐작케 한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세월의 풍파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제주도의 한라산이 무등산에 비해 고도가 높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몰라도 세월의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주변에 비해 무등산의 고도가 높다는 점은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지리산 서쪽 호남 지방에서 가장 높은 산이 무등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