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는 천문학자는 별을

심채경 지음 문학동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는 매일 밤 하늘에서 별이 쏟아졌다.

흔한 밤 더 흔한 별. 별 거 아닌데.20세기의 내가 빛나던 20대의 어느 날 서울에서 일하다 가끔 집에 돌아와 만났던 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차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꺄아!
!
오랜만에 올려다본 밤하늘은 정말 수천 개의 은하들이 정모하는 검은 하늘보다 빛나는 별이 더 많아 보였다.

. 그날 밤, 저 하늘, 저 별들… 나는 아직 그날 밤을 잊지 못했다.

우리는 그날 밤에 반해서 조성모의 ‘뚜헤븐’을 10번이나 들었던 것 같다.

20년이 넘은 지금 나는 그런 밤을 꿈꾼다.

하지만 이제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을 안다.

이 책의 검은 표지 속 은박으로 인쇄한 별을 보며 그날 밤 그들이 떠올랐다.

천문학!
천문학자들!
!
관심 하나도 없었던 과학책을 내가 손에 쥔 것은 순전히 표지에 새겨진 별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단지 별이었을 뿐 천문학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세계였다.

한국에는 천문학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걸 보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이 험난한 여정에 발을 들여놓은 작가가 친근한 것은 다른 세계와 같은 거대한 우주를 보고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똑같이 육아하는 직업인이라는 것!
아!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사는 천문학자, 내 옆에 천문학자가 살고 있어. 갑자기 가깝게 느껴졌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선 같은 연구실에 들어가 분명한 어조와 우주어를 쓰면서 어떤 행성과 어떤 행성이 충돌할 것 같다는 핵뉴스(그러나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를 보내주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는데 무지가 이렇게 상상력을 발휘하다니.(´;ω; ))

이 책은 생활밀착형 천문학자의 우주를 사랑하는 글이다.

물론 직접 선택한 직업이었기에 나름의 열성을 더했겠지만 우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10배 백배는 더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아, 천생ㅇㅇ 뭐야~ 라는 말이 어울리도록..최근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카르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평생 천문학 연구와 교육에 종사한 홍승수 교수가 새롭게 번역한 판본이다.

만약 긴 후에 다시 새로운 번역판이 나온다면 나는 그때도 다시 개정 번역판을 살 것이다.

술술 읽고 ‘아, 이 아저씨 또 사람을 선동하지 마!
’라고 생각하며 책장에 꽂아둔다.

어쩌면 그게 내가 우주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p.87 우리는 천문학을 종교, 점성술, 농경에 필요한 달력에 많이 이용했다.

이미 우리의 관습에 잘려 있던 학문이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1만원권 지폐 뒷면에도 우리 전통 별자리가 나온다.

천문학에서 동서양의 가장 큰 차이는 서양은 개개인이 관측하고 기록을 남긴 반면 동양, 특히 우리의 천문 관측과 기록은 국가가 주도했다.

그래서 천문기록이 역사서에 등장한다.

예로부터 국가가 관장하고 주도할 정도로 관심 분야였던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천문학사를 오늘날 우리는 외면한다.

우주탐사에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

정부의 지원으로 하는 일이며 국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제시하고 공문을 작성하고 자신들이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탐사에 쓰도록 허용하고 공감하고 지지하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아직 우주탐사에 후진국이다.

달에 가서 우주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을 TV에서 보고 부러워할 뿐이다.

재정이 약한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언젠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어.. 이제 우리도 우주탐사에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야 해.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이 있으니까.이제라도 NASA보다 다채롭고 가치를 인정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둥글게 천문학이라고 부르지만 각자가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

작가는 최근 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달의 전면에서 보는 지구는 지구에서 보는 달보다 4배나 커 보이고 푸른 보석처럼 푸른색을 띠며 천천히 도는 오르골처럼 아름답다고 한다.

낮이나 밤이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지구의 위치는 거의 다르지 않다.

만약 인류가 달에 정착해 산다면 지구가 보이는 쪽을 먼저 선점해 차지해야 한다고 한 부분은 집값으로 질질 끄는 요즘 세태에 비춰 귀에 남는 천문학 강의였다.

과학논문에서는 항상 저자를 우리라고 칭한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까 논문 속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가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 항공우주국 연구원이나 미국의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 인류인 것이다.

그토록 공을 들여 얻은 우주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그래서 당연하다.

p. 265~266 스마트해 보이는 천문학자도 실패하고, 고민하고 사랑하는 이 시대의 우리보다 조금 더 별을 사랑하는 한 사람이었다.

우주여행 패키지가 나오는 요즘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땅이라면 무섭게 치고 나가는 성실과 책임감으로 우리가 우주 분야에 인싸가 되는 날을 그려보자.BTS 노래 들으면서 우주를 나는 기분이라니…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니니까별에서 태어나 우주 먼지로 떠돌던 우리가 지구를 만난건 우주적으로 행운이니까…